본문 바로가기
너를향한마음

엄마 협찬 저녁밥상

by 이음 2020. 3. 3.

오랫만에 엄마 택배 자랑을 해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난리인데 그 와중에 사람 많은 곳에 장보러 가지말라고 이것 저것 챙겨 택배로 보내주셨다. 확진자가 제법 많이 발생한 시골이라 병원도 요즘 못가게 하는데 엄마 집에서 시내 나가기 전에 택배 받아주는 곳이 있어 굳이 한아름 챙겨 보내주셨다. 그럼 어짜피 받는 김에 나 필요한 것도 몇개 부탁하고. 

 

 

택배 두개로 도착한 반찬들과 사과즙, 나물들.

아침에 일반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받았더니 택배 접수된게 파손 사고가 났다고 말씀 하시길래 김치만 아니길 빌었는데 사과즙이 죄다 터져 왔다. 아오, 세어보니 열개나 터졌네... 엄마 알면 속상하니 그냥 잘 왔다고 얘기하고 터진 사과즙이 묻어 끈적한 사과팩을 씻어냈다. 이 택배는 분실부터 파손까지 정말 다사다난... 이 곳 아니면 더 멀리 나가거나 우체국에서 보내야 하니 택배비도 만만치 않고,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데 매번 이렇게 사고가 난다. 

 

곱창 김은 김 사다둔게 있으니 구워 주랴 물으시길래 혼자 기름 바르고, 굽고, 자르고, 포장하려면 혼자서 일이라, 물론 엄마는 그 일련의 과정이 심심하지 않고 좋다고 한다. 오랫만에 생김 양념 간장에 싸 먹고 싶다고 그냥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맛있는 곱창김이 왔네 : )

엄마가 고른 물건은 언제나 맛있으니까 이번 김도 맛있겠지.

 

집에서 밥을 많이 해 먹으니 만만한게 묵은지라 묵은지가 한포기 밖에 안남아서 같이 보내달라고 했다. 아빠 기일에 가져오면 되겠거니 했는데 지금 사태를 보니 이번 기일은 못 챙길 것 같다.

 

그리고 냉이와 달래, 시금치. 엄마가 만든 밑반찬 몇가지와 반가운 물김치까지.

 

 

달래와 냉이는 손질하기 귀찮아 절대 사먹지 않는데, 엄마한테 부탁하면 이렇게 깨끗하게 손질해 보내주신다.

밭에서 캐서 다듬고 씻어 물기까지 제거해서 : )

달래 쫑쫑 다져서 양념장 만들어 솥밥 한번 지어 먹어야겠다. 곱창김에 싸먹으면 맛있겠지, 히히.

 

 

그리고 냉이. 올해 마지막 냉이일거라고 엄포를 놓으셨지만 날 풀리고 심심하면 또 밭으로 뜯으러 나가실 걸 안다.

이번 냉이는 초고추장 양념해서 새콤달콤매콤하게 먹어야겠다. 

남은건 국 끓여 먹어야지, 츕.

 

 

엄마표 밑반찬과 남자친구가 집어온 닭갈비를 구워 저녁 식탁을 차렸다. 밑반찬은 다 꺼내지도 않았는데 상이 가득 찼다.

오늘도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 )

 

 

한팩에 1만 2천원이라 한참 고민했다는 닭갈비는 양념도 과하지 않고 고기 잡내 같은게 1도 없어서 맛있었다. 

고기로 다리부분이라 쫄깃 부들하고, 집에 있는 야채랑 같이 볶아줬는데 치즈 떡이나 고구마 떡 사리가 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눌쿼먹는 맛! 그리고 남자친구는 대파를 더더더 많이 넣어 달라는 주문을! ㅋㅋㅋ

 

 

오이소박이를 만들어준다고 했었는데 뭐 때문에 소박이가 아니고 그냥 오이 무침을 만드셨다고 했는데 어제 통화할때 밥먹느라 건성건성 들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이 무침은 안좋아하는데 꼬들꼬들 왠지 맛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삭힌 마늘쫑에 고추장 양념 한 것, 그리고 밥 비벼 먹으라고 겉절이와 도라지볶음. 

다 오랫만이라 더 맛있다. 

 

 

엄마의 물김치는 정말 맛있다. 동치미도 맛있지만 살짝 달콤하고 시원한 배추 물김치. 배추도 노오란 속 알맹이만 사용해서 부드럽고 고소하다. 연한 미나리도 들어 있어 향긋하고 칼칼하고 시원 달콤한 물김치. 이번엔 시어지기 전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행복한 예감.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댓글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