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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그런이야기

2020년 추석 이야기

by 이음 2020. 10. 6.

오는 것도 가는 것도 두려웠던 2020년 추석이 지나갔다. 아직은 무사히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나갔다.

 

명절에 모이는 식구도 엄마하고 큰 오빠 가족, 작은 오빠 그리고 나. 교류하는 다른 친인척들도 없고 두메산골에 살고 있는 엄마가 몇 달 내내 혼자인 게 신경이 쓰인다.

 

코로나 때문에 어버이날, 엄마 생신 전부 건너 띄고 맞이 하는 추석이기도 하고 오롯이 집에 가기 위해 정말 열심히 도시락 싸고 두 달 동안 외식도 한번 안 했다. 집 - 회사만 오가는 생활을 했다. 오가는 차편은 대중교통 타지 말라는 가족들의 당부에 작은 오빠가 대전까지 데리러 오고, 데려다줬다. 히히,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지 않기 위해 막히지 않는 새벽, 집에서 커피까지 준비해서 다녀왔다. 꺅!

 

 

엄마한테 비빔국수 먹고 싶다고 해서 비빔국수도 먹었고,

 

 

엄마가 준비해 둔 쪽갈비도 숯불에 구웠고, 엄마 두고 먹으라고 주문한 전복도 몇 마리 버터에 구워 먹었다. 오빠가 회사에서 받아온 송화고 버섯과 함께 볶았는데 맛있어 : )

 

 

조카가 정말 소고기도 마다하고 먹은 쪽갈비.

손주가 잘 먹으니 할머니 아주 뿌듯하셨겠어요!

 

 

캠핑 갈 때 가져갔던 고기들, 부챗살과 양지 벌집 구이도 구워 먹었다. 소고기 + 버섯 + 전복의 삼합이 아주 끝내줬다.

사실 추석에 기를 쓰고 집에 내려간 건 겨울 내내 사용할 장작 마련이 시급 해서였는데 지난 태풍에 무너진 길이 복구가 어려워 산기슭에 쌓아 둔 나무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장작을 사야 한다. 이제 집에서도 참나무 장작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겠군.

 

 

엄마 집 주변엔 정말 여러 가지 농작물들이 자라는데 올해는 장마가 길어 수확할 게 없다고 안타까워하셨다. 그래도 그나마 수확이 가능한 고구마도 캤고, 머루도 땄다. 뭐든 집에 있을 때 일손을 거들어 둬야 엄마가 혼자 남아 일을 덜 하게 된다. 두메산골에 혼자 살고 있으니 주변에 마실 갈 이웃도 없고 할 일이라곤 농사밖에 없는 게 맞다. 예전엔 하지 마. 사 먹어. 짜증만 냈는데 그걸 이해하고 나니 요즘엔 뭐라도 해주고 오고 싶어 진다. 철드나.... ㅋㅋㅋ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일하라고 오빠들을 채찍질하는 거?! 제일 잘하지, 암만!

 

어쨌든 고구마를 캤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고구마.

이것도 고구마라고 제법 고구마 태가 난다. 깔깔,

 

 

우리 집 제일 효자 고양이 아롱이.

어디에 있다가도 엄마가 부르면 쪼르륵 달려온다. 조카가 있으면 잘 안 오기는 하는데 엄마 혼자 밭에 가거나 밭에 가기 전에 밭에 가자 하면 같이 밭일하는 동안 곁을 지켜준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부러워... 엄마 부러워... 우리 보름이랑 반달이는 정말... 하, 부럽다.

 

야, 그래도 내가 사료 사주고 간식 사주는데 나한테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야? ㅋㅋㅋ

그래도 와서 다리에 부비고 하면 심쿵... 아프지 마, 다치지 마. 우리 엄마 속상해. 알았지?

 

 

명절에 음식은 어떡하니? 하고 묻길래 아무것도 하지마!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라고 대답해 놓고 카톡을 보냈다.

 

엄마, 나 만두 먹고 싶어. 김치만두.

엄마, 나 파김치 먹고 싶어. 엄마가 밭에서 키운 걸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더니 만두는 왜 먹고 싶고, 파김치는 왜 먹고 싶냐고, 밭일 하지 말래 놓고 파는 키우냐며.......

어, 아무것도 하지마. 내가 먹고 싶은 것만 해.

 

나만 사랑해 줘!

 

어쨌든 내려간 김에 수, 목, 금, 토 집에서만 머물기 완료.

잘 있다 왔다.

 

 

 

댓글20

  • 엄마가 해준 비빔국수가 먹고싶어지네요:)
    답글

    • Favicon of https://www.eoom.net 이음 2020.10.16 11:07 신고

      안녕하세요. 안여사님 : )
      각 가정마다 엄마님들의 비빔국수는 매력인 메뉴인 것 같아요.
      엄마님들이 조물조물 무쳐주시는 그 맛!

  • Favicon of https://damduck01.com 담덕01 2020.10.06 22:06 신고

    아롱이는 개냥이 성격인 가 보네요.
    아롱이 같은 개냥이가 전 좋아요. 😄
    답글

    • Favicon of https://www.eoom.net 이음 2020.10.16 11:47 신고

      엄마한테만 개냥이에요. 저한테는 자기 마음 내키면 와서 부비고 발라당하고... 오빠들이나 조카는 보이면 도망가요 ㅋㅋㅋ
      엄마는 부르면 어디서든 달려오고요, 그래서 너무 이뻐요!

  • 진수오빠와민이 2020.10.06 22:40

    저도 고구마 수확해야 되는데 아직... 주말에 시도해 보려고 해요 ^^
    첫 고구마농사는 망해가지고 딱 새끼손가락 만해서 하나도 못 먹었거든요
    부러워요 ^^
    답글

    • Favicon of https://www.eoom.net 이음 2020.10.16 11:48 신고

      저기 위에 보이는 새끼 손가락 말씀 하시는거죠?
      올해 농사는 풍작은 아니어도 기본은 해주길, 고구마 캐기 어려우니 살살 수확 잘 하셨길 바랍니다! ㅋ

  • 작크와콩나무 2020.10.06 23:26

    *잘 보았습니다.좋은하루되시고 행복하세요♡♡♡*
    답글

  • Favicon of https://perfume700.tistory.com 아이리스. 2020.10.07 14:18 신고

    고구마보고 빵~터졌습니다..ㅎㅎㅎ
    제 딸도 집에오기 전에 카톡으로 먹고 싶은걸 쭈욱 나열했었는데
    집에 있는동안 먹고 싶다는거 다 해먹여 보냈거든요
    엄마 마음이 다 그런것 같아요 ..^^
    답글

    • Favicon of https://www.eoom.net 이음 2020.10.16 11:48 신고

      그쵸! 고민하지 말라고 말도 해줬구만....
      밑반찬 하지 말라고 한건데~ 먹고 싶다고 한건 해줘야죠! ㅋㅋㅋ
      파김치는 파 없다고 안해주셨어요. 흥!

  • Favicon of https://schluss.kr Normal One 2020.10.07 14:38 신고

    소중한 추석이셨군요..!! 음식들 모두 맛나보입니다요!!
    답글

  • Favicon of https://koneylife.tistory.com !00! 2020.10.08 20:52 신고

    엄마가 해 주시는 음식은 사랑이죠!.
    그립네요..엄마 밥, 그 맛 ^^
    답글

  • Favicon of https://happy-q.tistory.com 해피로즈 2020.10.09 00:20 신고

    네, 이음님 철들고 계십니다. ㅎㅎ
    어머니 혼자 지내고 계시니 정말 마음이 많이 쓰이시겠어요.
    고구마, 제 딴엔 열심히 저만큼이라도 자랐네요. ㅎㅎ
    그러게.. 일하시지 말라 짜증내놓고 파김치 먹고 싶음 어떡혀~ ㅎㅎㅎ
    저두 파김치 엄청 먹고 싶어서 샀어요. ㅋㅋ
    답글

    • Favicon of https://www.eoom.net 이음 2020.10.16 11:50 신고

      파김치 엄청 먹고 싶은데 엄마가 해준 파김치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일은 그 일 아닌데, 반찬을 이것저것 하신다고 하셔서 하지말라고... 내가 먹고 싶은거만 하라는 의미였단 말이에요... 키키,

    • Favicon of https://happy-q.tistory.com 해피로즈 2020.10.16 12:29 신고

      아, 뭔지 잘 알죠~ㅎㅎ

  • Favicon of https://rassori.tistory.com 라소리Rassori 2020.10.09 16:24 신고

    우와 수목금토를 있다가 오신 거예요? 전 가족이나 친구 만나면 빨리 헤어지고 집에 가고 싶어서 안달인데ㅎㅎ 역시 마음의 여유!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근데 고구마ㅋㅋㅋ 정말 귀엽네요~
    답글

    • Favicon of https://www.eoom.net 이음 2020.10.16 11:51 신고

      저도 그래요. 집이 제일 편하고 좋기는 한데, 명절은 그래도 집에서 최대한 머물고 오려고 해요.
      엄마를 한달에 한번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거리라서요.

  • Favicon of https://ttorro123.tistory.com 꼬양꼬양이 2020.10.15 13:12 신고

    귀여운 아롱이ㅠㅠ 음식 너무 맛있어보여요 ㅎㅎ
    답글

    • Favicon of https://www.eoom.net 이음 2020.10.16 11:51 신고

      아롱이 너무 귀엽죠. 어렸을땐 더 예뻤는데 늠름해졌어요.
      애기때는 아련했는데........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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