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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웹디자인의 현실, 꼭 시작할건가요?

by 이음 2019.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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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웹디자이너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포스팅을 작성해봅니다. (그래서 존댓말)

저는 운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지방에서 웹디자인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10년이 조금 넘은 평범한 비전공 웹디자이너입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어떻게 하면 웹디자이너가 될 수 있나요? 라는 주제를 다룬 글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일종의 영양가 없는 뻘소리라는 얘기,


사람들은 왜 웹디자이너가 되려고 할까?

인터넷에 보면 이런 글들을 종종, 아니 자주 보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포토샵으로 사진 보정을 할 수 있는데 웹디자인은 많이 어렵나요?"

"국비지원과정 6개월만 배우면 취직할 수 있다던데, 경력 좀 쌓으면 집에서 편하게 프리랜서 할 수 있으니 웹디자인을 배워볼까요?"

나에게 적성에 맞을것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보다 사무실 안에서 책상에 앉아 일하고, 일단 다른 일들 보다는 공부할 것이 적어 보이고, 거기에 국비지원 되는 학원들도 넘처난다는 이유로 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솔직히 정말, 너무 많아요. 일부는 맞는 얘기기도 하고, 일부는 틀리기도 하니 맞다 편들수도 틀리다 반박할 수도 없습니다.


10년 넘게 실무에 있는 사람으로 위의 이유들로 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이 직업은 한발 떨어져 보는 것 처럼 꽃길도 아니고, 아는 사람들끼리는 우스갯소리로 3d업종이라고 일컬을만큼 힘드니까요. 물론 어떤 회사를 다니느냐,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클라이언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요.


제가 이런 말을 한다면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이 몇 프로나 되냐 되물을 수 있겠지만, 디자인을 하고 그 결과물로 자신과 회사, 그리고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고됩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에요. 그저 그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느끼는 '호'는 정말 백인 백색,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그렇기에 적어도 '디자인은 (힘들지만) 재미있어'라는 전제조건이 붙어야만 당장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고, 그 하루를 모아 더 나은 앞날을 위한 실무 경력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마련입니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냐 물어본다면, 일단 하루종일 웹사이트 벤치마킹하고 분석해보세요. 거창하게 말해서 벤치마킹일 뿐 메인화면부터 콘텐츠 화면, 평소라면 눈여겨 보지도 않았을 하단의 이용 약관 페이지까지 살펴보며 그 작업을 수십번 반복해 보는겁니다. 

각기 다른 사이트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지, 다양한 표현 방법들이 흥미롭게 과연 다가오는지, 현재 웹 트렌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지 스스로 한번 느껴보았으면 좋겠어요.

어느 직업이건 그 직업에 있어 전문가가 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지만 이 분야는 패션만큼 아니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고 해서 그것이 가장 최신의 기술도 아닐 뿐더러 내일이면 더 좋은 기술이 나올 수 도 있습니다. 그러니 웹 트렌드를 이끌어갈 순 없어도 적어도 놓치지는 말아야 하는 센스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냐면 그게 이 직업을 선택한다면 미래의 당신이 하루 8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 밥 먹고 화장실 갈때 빼곤 매일 매일 할 일이니까요. (웃음)



왜 웹디자인은 박봉일까?

일단 첫번째 물음에 대한 답변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국비지원 혜택과 이런 저런 이유들 덕분에 웹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다른 전문 기술직들에 비해 진입 문턱이 낮아요.  

해마다 3월이면 관련 학과의 전공자들이 2/4년간 공부해 졸업을 하고, 매달 다양한 국비과정과 학원과정을 통해 비전공자들이 웹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고 취업시장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불변의 진리잖아요. 수 많은 인력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정말 특출난 인재가 아닌 이상 연봉이 올라갈리 없어요.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박애주의가 넘치지는 않으니까요.

더군다나 디자인 자체가 주 수익원인 에이전시의 경우 국가사업, 또는 대기업 프로젝트를 다루는 일부 메이저 에이전시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중·소규모의 웹에이전시가 경쟁하는 파이의 경우 위와 같은 이유로 제작 단가 경쟁에 의해 수익 자체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웹디자인 작업이 주 수익원이 아닌 인하우스/쇼핑몰은 아예 이야기에서 제외할게요.

언젠가 반응형 홈페이지 30만원에 만들어 드립니다. 라는 현수막을 봤을때의 충격과 공포란,

게다가 그런 현수막을 보고 왜 다른 업체에 전화해서 너희들은 저렇게 싸게 만들어주지 않냐! 라고 항의하는 사람들은, 제발 그냥 거기 가서 만드세요. ^^

디자인카페만 봐도, 싸게, 빠르게, 무료로, 원할때까지 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로 경쟁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넘쳐납니다. 고객도 보고 듣는게 있는데 일단 가격은 후려치고 보는거죠. 후후, 수주하는 제작단가가 낮은데 높은 이익이 창출될리 없고, 그러니 직원들 월급도 높을리가 없습니다.



왜 디자인을 가지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일은 어려울까?

'웹디자인'이라는건 눈에 보이고 이용은 가능하지만, 손에는 잡히는 실체는 없는... 그래서 인건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디자인 작업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제시하고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음, 아시잖아요? 후후,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건 아니에요.

물론 좋은 디자인이라면 당연히 설득 가능하겠지만, 사람마다 '호'의 기준이 다르듯 좋은 디자인이라는 정의도 모호하고, 결국 디자인이라는건 디자인 하는 주체가 아무리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창출해 낸다고 한들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현실에선 일부(라고 쓰고 다수라고 읽는다.)의 클라이언트들은 싸던 비싸던 '재료비'가 들지 않는 '디자인 작업'은 '그거 바꾸는데 돈이 드는것도 아니고 좀 바꿔줘요.' 라는 이해 할 수 없는 요구를 당당하게 하곤 하는데요, 실제로 종종 유지보수 업무를 의뢰하며 재료비가 드는 것도 아닌데 단어 하나 바꾸는데 왜 돈을 받냐 따지는 고객도 존재합니다. 그게 그렇게 쉽고 하찮아보이면 직접하시던가 ^____^

결국 웹에이전시 입장에선 인건비로 남겨먹을 수 밖에 없고, 고객들이 만족하는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걸리는 추가 시간은 곧 고스란히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밑도 끝도 없는, 주어도 실체도 없는' 끝없는 수정사항을 위해 업무시간을 할애하고 추가 근무를 한다고 해도 클라이언트로 부터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게 아니니까요. 결국 그 책임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디자이너'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일을 많이 해도 일하는 시간만큼 돈을 벌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박봉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실력이 부족한 탓,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탓,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탓, 결국 이것도 다 경험이고 자산이 될거라는 소리만 하고 있지... 멍멍이 짓는 소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절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구요, 

물론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어렴풋이 파악이라도 하는 회사들은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야근수당/특근수당/인센티브 등.. 그런걸 챙겨주지만 현실엔 그런 회사들이 솔직히 많이 없어요. 요즘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해도 찾기 어려운게 서글프게도 현실입니다. 


결국 쏟아지는 인력, 동종업체들간의 출혈 경쟁, 웹디자인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의식 부재, 경영자의 양아치 마인드, 그리고 디자이너 본인의 노력 부족. 

이런 이유들이 여러가지 상황으로 복합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올라도, 박봉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열심히 하기를 바랍니다. 

입바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타고난 감각이 제일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각을 갈고 닦고,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결국 그게 답이거든요.

나는 색감이 부족해, 전공자들의 색감이 부러워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다른 사람보다 몇 번 더 수정하고 매만지고 확인 하는 정성이 있으면 됩니다. 노력하다 보면 전부는 아니어도 스스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채감이 만들어질거고, 부족한 부분은 남들에게 봐달라고 하면 되요. 자존심 상하는거 아니에요.


누구나 다 메이저급 에이전시에서 일을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메이저급 에이전시에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는 마인드로 일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남들이 봐도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그걸 토대로 내 가치를 증명하고 내 몸값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자체가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본인이 작업하는 프로젝트의 금액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건 금액이 적으니까 대충 해야지라는 생각 자체가 디자이너라면 가능한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미안해요. 나는 꼰대니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능력이 허락하는 한, 체력이 허락하는 한은 스스로의 선에서 최선을 다해 작업하는게 결국 스스로에게 이득이 됩니다.

이게 다 경험이고 자신이 될거라는 소리를 사장이 하면 양아치 소리가 될 수 있지만, 디자이너 본인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돈받고 내 미래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는데, 지금 불만족스러운 그 회사에서 불만족스러운 대우를 받으며 퇴직할 때까지 일하거 아니잖아요.

내가 작업한 프로젝트가 결국 나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 포트폴리오를 통해 위에서 나열한, 혹은 지금 처한 불합리한 악조건들 속에서 탈출해 보석같은 회사를 찾을 수 있는 도구가 되니까 언제나 최선을 다하세요.


결국 디자이너의 가치를 표현하는 건 포트폴리오다.

내가 신입어도, 내가 고졸이어도, 내가 비전공자여서, 내가 결혼/출산/육아로 경력단절인데... 등의 수 많은 부정어가 붙는다고 해도, 

신규 인원을 채용함에 있어 다양하고 좋은 포트폴리오가 있는 디자이너에게 그 포트폴리오를 덮어두고, 학력/경력/나이 등 이력서에 나열된 조건들만 보는 회사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애초에 입사지원서가 들어오면 포트폴리오 먼저 확인해요. 지원시 요구한 포맷의 포트폴리오가 없다면 이력사항은 확인도 하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가 별로라면, 학력/경력/나이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이력서는 솔직히 열어보지도 않습니다. 입사를 담당하는 사람도 본인의 귀중한 업무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 포트폴리오가 중요하고, 잘만든 포트폴리오가 있어야만 지금의 현실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 꿀 수 있기에, 현실이 불합리 하고, 녹록치 않더라도 맡은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는겁니다. 매일 불만만 토로해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디자인'이  즐겁고 재미있게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실무를 하다보면 부딪치고 깨지고 삽질하고 좌절하기 마련인데, '디자인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래도 그 과정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원동력은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어짜피 취업은 운과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위에 나열한 것처럼 좋은 회사가 없는건 아니에요. 그저 그런 회사는 그저 기존 직원들이 퇴사를 안하니 티오가 없을뿐이죠!

그러니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타이밍을 위해 힙냅시다. 어짜피 하고 싶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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